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아씨...그리 마셔요..그리 마셔요 아씨..
소금눈물
2011. 11. 13. 22:05
종일 비가 내립니다.. 후원 연못에 파문을 일다 사라지는 물그림자를 봅니다...
소인 물그릇을 들고 영감께 다녀오다...시름없이 연못을 바라보고 앉아 계시는 아씨를 보았습니다....노랑 저고리 한쪽이 함초롬히 젖어가는 것도 모르고 아씨는 물끄러미 물 속을 들여다 보십니다.
천한 이 년이 감히 아씨의 속 맘을 어찌 알까마는....저고리 끝동보다 더 붉고 애처러운 그 맘을..어찌 짐작을 못하겠습니까. 시나브로 여위어가는 그 흰 목덜미에..날마다 길어지는 그 슬픔을...이년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사는 게 다 그런 거랍니다....
사람의 연이야 어찌 사람이 알겠습니까. 하늘이 내고 거두는 그 뜻을 우리야 어찌 알겠습니까. 진정을 다 하였다 하여도 그 진정이 다 받아들여지리라고 어찌 바라기만 한답니까.
아씨께서 그 어른을 처음 맘에 품으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햇살이 들고 다시 그늘이 지는 그 속을 이년 짐작이야 했지만 닿을 곳 없는 그 마음이 어찌 다시 꽃같이 고운 우리 아씨를 다치게 할 지....이 년 내내 바라보는 속이 숯이 되었습니다...
그 어른..처음부터 아씨의 인연이 아니었다 칩시다..그리 잊으십시다... 그 어른이 어떤 분인지야 이 년도 압지요.. 아녀자로 태어나 그런 남정네를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닙지요.
허나 어찌합니까...그 분은 아씨의 마음이 닿지 않는 곳에 계셨고....흔들릴 어른이 아니셨지요... 그 어른은...병택이놈하곤 다른 어른이십니다...그 분은 사는 세상이 다른 어른이셨습니다...
아씨께서 촛대를 높이고 솜두루마기를 지으시던 그 긴 긴 밤....밤 보다 더 깊던 아씨의 한 숨...이 년도 다 들었습니다. 아씨께서 고르시던 명주 손수건...그 손수건에 담긴 마음도 이 년은 다 보았습니다...
이 년이야 눈 뜨기를 평생 아씨 옆에 붙은 몸지기 종년이지만...아무리 천하고 배운 것 없기로...눈이야 없었겠습니까..말씀 아니하셔도..아씨의 그...소리없는 눈물...어찌 보지 않았겠습니까...
이제 그만 일어서셔요...아씨 치맛자락에 꽃물이 집니다....그만 일어서셔요... 사람은 살아야지요... 모질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한번도 큰 소리로 웃어보지도 못하고, 연모하던 이의 따뜻한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저리 사위어 가시니...어찌할꼬..우리 아씨 불쌍해서 어찌할꼬...모란 같은 우리 아씨...배꽃같은 우리 아씨..어찌할꼬...
그리 마셔요. 아씨...이젠 더는 그리 마셔요 아씨...
말씀 아니하셔도..포장영감께서 더 여위시는 게 아씨 때문임을 왜 모르셔요..부모 맘은 다 그렇습니다....말씀 아니하셔도...휘적휘적 연당으로 가시는 아씨를 볼때마다...영감님 ...그 속이 한수 밑으로 가라앉으실 겁니다...어찌 모르셔요...어찌 그리 모르셔요...
잊으십시다...모진 인연이었습니다...우리네 마음이 닿지 못하는 기막힌 곳이 아닙니까...보내드립시다...이젠 그리 하십시다..
내내 비가 내립니다..
아씨..그만 일어나셔요...그러다 고뿔 걸리시겠습니다...아씨의 몸마저 상하시면...천지에 아씨와 어린 도련님 밖에 없는 아버님..어찌 하시려 그러십니까..
그만 하셔요...이제 그만 ...아씨...그만 잊으셔요...